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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무슬림 프랑스폭동 1년 [한겨레, 2006-10-25 ]

관리자 2006.11.09 19:58 조회 수 : 4462 추천:144

후세인은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인이 됐다. 민족주의 발로 ‘형제’정신 반전 목소리 드높여‘소수 극단주의자 〓 무슬림’ 서방서 부각 갈등 키워 후세인은 자신은 무신론자이며 이슬람을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문화적 무슬림”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구레나룻과 턱수염을 기른 암갈색 피부의 후세인은 다른 사람들에겐 그저 무슬림일 뿐이다. “내겐 런던인이란 정체성이 제일 중요하다. 무슬림이란 정체성은 나를 이루는 일부일 뿐인데 남들은 내가 뭐라든 무슬림 청년으로만 본다. 영국사회에선 나처럼 생긴 사람들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외부의 시선이 무슬림 정체성을 의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의 <퓨리서치>가 6월 발표한 조사를 보면, 유럽의 무슬림은 어떤 나라의 국민이란 정체성보다는 무슬림으로서의 정체성을 더 강하게 느낀다. 특히 영국이 그 비율이 높아 81%가 무슬림 정체성이 영국인이란 정체성에 우선한다고 답했다. 영국인 정체성이 우선한다고 한 사람은 7%에 지나지 않았다. “몇 년 전 방글라데시에 갔을 때 깜짝 놀랐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수염을 기르거나 히잡을 쓴 사람이 여기보다 훨씬 적었다. 다카에선 30명 중 1명 정도 히잡을 쓴다면 여기선 3명 중 1명이 쓴다”는 후세인의 말에서도 퓨리서치의 조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동화정책의 영향으로 유럽 안에서 국가 정체성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42%)으로 나타난 프랑스에서조차 무슬림 정체성이 우선한다는 의견(46%)이 더 높았다. 실제로 히잡을 쓰거나 수염을 기르는 등 이슬람 상징을 드러내는 일이 확산되고 있다. 파리 7대학 앞에서 만난 여대생 한느(17)와 라흐마(19)는 중고교에선 히잡을 금지하고 있지만 자신들은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히잡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새까만 전통복장을 한 런던의 여고생 나디라 역시 자신의 옷차림은 스스로 선택했다며 “성희롱 등 여성에 대한 위협에서 보호할 수 있어 이 옷을 입고 있을 때 훨씬 안전하게 느낀다”고 주장했다.

무슬림 정체성이 강화되는 가장 큰 원인은 주류사회의 차별이라고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의 조이슬린 세자리 연구원은 말한다. 유럽의 무슬림들은 대부분이 옛 식민지 출신이거나 그 2·3세로서 사회적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그 결과, 그들은 주류사회에서 거부된 느낌을 갖는다. “영국은 스스로 관용적 사회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관용이란 말은 얼마나 끔찍한가? 강자로서 약자를 용인하고 봐준다는 의미가 아닌가, 평등과는 거리가 먼 말이다”라는 후세인의 말 속에 무슬림들의 상처가 드러난다. 1세대보다는 자신의 권리에 민감한 2~3세대들에겐 이런 상처를 치유해주고 자긍심을 불어넣어 줄 무엇인가가 필요한데, 그것이 이슬람이었다고 프랑스의 종교전문가 장 이브 카뮈는 설명한다.

“이슬람주의에는 종교적 성격만 아니라 민족주의적 성격도 있다. 하마스나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들’ 같은 이슬람주의 정당은 부패정권에 저항하며 과거 평등하고, 순수했으며 좀 더 종교적이었던 이슬람 황금시대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카뮈는 바로 이 점이 유럽사회에서 차별받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이슬람주의가 호소력을 갖는 이유라고 지적한다.

프랑스의 일부 젊은이들은 ‘진정한 이슬람’을 추구하기 위해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들’이나 알제리 ‘이슬람구국전선’ 등 이슬람 민족주의자들의 가르침을 받기도 한다. 이를 통해 각성한 젊은이들 가운데 일부는 실업, 마약, 일탈 등으로 물든 주변적 삶에 대한 대안으로서, 다른 일부는 자본주의적 물질적 삶에 대한 대안으로서 이슬람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슬람민족주의는 1979년 이란혁명과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아랍사회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중동 아프리카 무슬림 나라들은 반민족적 독재정권이 대부분이다. 이런 정권에 저항해온 사람들은 1960~70년대 좌파운동이 사회주의권 몰락으로 실패로 돌아간 뒤 이슬람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이슬람 민족주의는 1970년대 좌파운동과 맥을 같이 하는 새로운 사회변혁운동이다. 그 이후 보스니아·체첸·이라크 등을 보면서 ‘무슬림은 모두 움마(형제)다’라는 생각이 널리 확산됐고, 고통받는 무슬림 형제를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했던 사회주의 슬로건의 이슬람판이라고나 할까”라는 게 런던 기층운동가 아사드 레먼의 설명이다.

유럽 안 무슬림들이 아프간전쟁, 레바논전쟁 그리고 이라크 전쟁 등에 분노하면서 반대의 목청을 높이는 것도 바로 이 움마정신에서 비롯된다. “영국의 무슬림들은 걸프전쟁 등을 보면서 미국 등 서방국이 이슬람국을 공격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 시점에 정부가 복지 재정을 줄인 것도 무슬림들을 결집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고 후세인은 설명한다.

그러나 많은 무슬림들은 이슬람이란 종교를 극단주의와 동의어로 사용하는 데 강한 저항감을 드러냈다. 카뮈는 5백만 프랑스 무슬림 가운데 극단주의자는 2천~3천명에 지나지 않는데도 이들의 움직임만 보도되다 보니 무슬림과 서방사회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진짜 이슬람주의자들은 서방을 테러목표로 삼는 것은 정치적으로 전략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슬림은 이곳의 일원으로 이곳에서 살아야 할 사람들이고 전쟁이 일어난 곳은 아프간과 이라크이다. 진정 이슬람 형제애를 추구한다면 그 현장으로 가야 한다”는 레먼의 말은 유럽 안 대다수 무슬림들의 의견을 대변한다.
(런던 파리/글· 사진 권태선 순회특파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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