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육에 인권 유린까지... 파괴된 민간 피해 보여주는 새로운 위성 사진 공개
15.09.16
카메룬 북부에서 보코하람(나이지리아
이슬람 무장 단체)이 민간인 약 400명을 학살했고, 이에 대한 정부군의 과잉 대응과 비인도적 수감 환경으로 수십 명이 추가로 사망한 사실이 밝혀졌다.
국제앰네스티가 2015년 세 차례의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발표한 보고서 '포화 속에 놓인 인권 : 카메룬의 보코하람 항전에서 나타난 공격과
폭력'은 지난 2014년
1월 이후 보코하람에 의해 사망한 민간인 수가 380명을 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카메룬 보안군은 이에 맞서 마을을 습격하고, 주택을 파괴하고, 민간인을 살해하고, 1000명이 넘는 의심 인물을 구금했으며 심지어 5세 어린이까지도 구금 대상에 포함했다. 구금된 사람 중 최소 25명 이상이 숨지는 등 그 과정에서 수차례의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에 대해 실질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종자 130여 명 역시 여전히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알리운 틴(Alioune Tine) 국제앰네스티 서-중앙아프리카
국장은 "보코하람이 카메룬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민간인들은 더 큰 위험에 놓이게 됐다"라며 "보코하람은 무차별 학살과 납치를 저지르고
민간 건물을 파괴하거나 자살 폭탄 테러에 어린이를 동원하는 등 전쟁 범죄를 자행하며 민간인에게 실로 막대한 공포와 고통을 안겼다"고 밝혔다.
또한 "그와 동시에 카메룬 보안군 역시 민간인 보호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카메룬
보안군은 과도한 무력을 동원하거나 합법적인 절차 없이 민간인을 살해하고, 자의적 체포를 일삼았으며, 이렇게 구금된 사람들 대부분이 비인도적인 환경 속에 방치돼 수십 명이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보코하람, 수백 명 사살·화형·참수
2014년 중반부터 보코하람은 카메룬 최북단 지역의 도시와 마을 수백 곳을 공격해 민간인을 살해, 납치하고
가옥 수백 채를 불태웠으며 가축 등을 약탈해 왔다.
2014년 10월 15일 국경 지역 암치드 마을을
습격한 보코하람 단원들은 최소 30명 이상을 사살하거나 참수했다. 당시
목격자는 국제앰네스티에 "보코하람 전사가 이웃 사람 최소 두 명 이상의 목을 잔인하게 베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2015년 4월 17일에는 100명이 넘는 보코하람 단원들이 비아 마을을 습격하고 어린이 2명을
포함해 민간인 16명을 살해했다. 당시 목격자는 보코하람이 150채가 넘는 집을 불태우던 모습을 전하며 "집집이 들이닥쳐
사람들을 죽이고 모두 불태워 버렸다"고 말했다.
2015년 7월부터는 최소 13세에 불과한 어린
소녀들의 자살 폭탄 테러가 연이어 발생하며 7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2015년 7월 22일과 23일 마루아에서 발생한 세 차례의 자살 폭탄 테러로 민간인 33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정부에 구금된 사람 1천 명 넘어, 130명
이상 보안군에 의해 실종
2014년 이후 카메룬 보안군은 보코하람을 지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1000여명을 체포하고
구금했다. 이들 대부분은 보안군의 '집단 심사' 또는 기습적인 '봉쇄 수색 작전'으로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이 함께 집단 검거된 사람들로, 마루아
교도소의 충격적인 환경 속에 수감돼 있다. 수용 인원에 비해 좁은 방과 불결한 환경, 부족한 의료 지원으로 2015년
3월부터 5월 사이에만 최소 40명 이상의 수감자가
사망에 이르렀다.
국제앰네스티가 2015년 5월 마루아 교도소를
방문했을 당시, 수돗물은 나오지 않았고 수감자는 1200명이
넘는 반면 화장실은 20개도 채 되지 않았다. 같은 시기
교도소 내 환자를 수용한 병원을 찾은 국제앰네스티 조사관들은 심각한 영양 실조 상태인 환자들이 불결한 방에서 생활하면서, 최소 3명은 반나체로, 한
명은 자신의 배설물을 뒤집어쓴 채 바닥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교도소 수용 역량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성과를 이루기까지는 아직 수개월이 더 필요할 예정이다.
카메룬 보안군은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거나 치명적인 무력을 동원했다. 2014년 12월 27일 맥딤, 두블레
마을에서는 보안군의 봉쇄 수색 작전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8명이 목숨을 잃었고 주택 70여 곳 이상이 불태워졌다.
한 목격자는 국제앰네스티에 "군인들이 우리 집 안에서 총을 쏴 여동생과 동생의 7살 난 딸은 침대 밑에 숨어 있다가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라며 "동생은 머리 오른쪽, 조카는 목에 총을 맞았다"라고 전했다.
새롭게 공개된 위성 사진은 이처럼 목격자 수십 명이 증언했던 보안군의 파괴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작전으로 보안군은 살인과 파괴를 자행했을 뿐 아니라 최소 200명 이상의 남성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렇게 체포된 사람들은 마루아의
헌병대로 이송돼 2개의 창고에 갇혔는데, 이곳에서 밤새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약 3개월이
지난 뒤 정부는 임시로 마련된 감방에서 2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으나, 사망자들의 신원이나 사인, 시신의 위치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음 날 체포된 사람들 중 45명이 교도소로 이송됐으나, 2개 마을에서 체포된 130여 명은 여전히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알리운 틴 국장은 "남성 200명이
집단 체포된 지 거의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대부분의 가족이 이들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라며 "철저하고
공정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자초지종을 확인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코하람의 공격 규모와 그 잔혹성은 끔찍할
정도로, 민간인을 보호하고 이러한 범죄의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그러나 시민을 보코하람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정부군 역시 잔혹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양측 모두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즉시
공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보고서를 위해 16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2015년 2월과 3월, 5월 3차례에 걸쳐
카메룬 북부 지역에 조사단을 파견했고, 2015년 6월과 8월 중에도 후속 조사를 위해 재차 방문했다. 보코하람과 카메룬 보안군
양측이 자행한 공격의 목격자와 피해자들은 물론, 카메룬 법무부와 같은 정부 관계자들과 보안군 소속 군인, 기자, 인권 활동가, 정치인, 인도주의 활동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국제앰네스티는 카메룬 북부 지역에서 무력 분쟁 내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 무력 분쟁의 영향이 미친 탓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이제는 국제인도법과 전쟁법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2014년 12월 20일, 카메룬 보안군은 기르비디그 마을의 이슬람 학교를 습격해 어린이 84명을
체포했는데, 이들 중 47명은 10세 이하였으며 가장 어린 아이는 5세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 학교가 보코하람의 훈련 전초기지로 이용되고 있었다고 주장하며, 가족과
만나는 것도 허락하지 않은 채 어린이들을 6개월간 구금했다가 2015년 6월 모두 석방했다.
보코하람은 자신들의 새로운 이름을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주'로 채택했다. 카메룬 대통령은 보코하람의 폭력 행위를 소탕하고자 BIR(신속대응부대) 2000개 이상을 BIM(기동부대)와 함께 배치했다.
국제앰네스티는 2015년 7월 카메룬 정부에
최근 조사를 통해 밝혀진 이와 같은 내용에 대해 답변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정부는 지금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조혜지 기자 / 오마이뉴스(시민기자)
카메룬 보안군에 의해 파괴된 두블레(Doublei) 지역 카메룬 보안군의 광범위한 진압으로 두블레(Doublei) 지역 70개의 민간인 거주지와 건물이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상단의 사진은 10월 4일 모습이며, 차례로 10월 29일과 1월 26일 촬영한 위성사진이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지점은 건물이 사라진 위치다. 하단 사진에서 붉은 점은 나무 등 산림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