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가기 위해 사하라 사막을 건너던 아프리카 이민자 87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BBC방송 등 외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알제리와 국경이 닿은 니제르 북부 사막에서 어린이 48명, 여성 32명, 남성 7명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이들은 9월 말 또는 10월 초 니제르를
출발, 알제리로 입국하려 했으나 갈증과 기아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구호단체 '아기르 인만'의 알무스타파 알하켄은 AFP통신에 "시신이 반경 20㎞ 지역 안에서 여러 무리로 나뉘어 발견됐는데 끔찍하게 부패돼 있었다"며 "일부 시신은 자칼에 의해 훼손됐다"고 말했다.
숨진 이들은 이민자와, 여성과 아이 등 가족들이라고 BBC는 전했다. 이들은 일자리 등을 찾기 위해 차량 2대에 나눠 탄 채 이동하다 차량이 고장 나 사막에 남겨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현지 구호 관계자는
"니제르 북부 아를리트를 출발, 83㎞ 가량 떨어진 곳을 지나다 차량 한 대가 고장 났다"며 "나머지 한 대가 승객을 모두 내려놓고 이동해
수리용 부품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역시 고장 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민자들은 사막에 일주일 가량
머물렀으며 닷새 정도가 지났을 때 식수를 찾으러 고장 난 차를 버리고 이동하다 갈증과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변을 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행 가운데 21명은 살아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니제르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인접국인 리비아나 알제리를 거쳐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올해 3~8월에만 최소 3만명이 북부 도시
아가데즈를 거쳐 외국으로 이주한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29일에는 리비아로 넘어가던 이집트 이민자 100여명이 사막에서 실종됐다. 리비아와 이집트 당국은 리비아 국경 도시 토브루크 아즈다비야
남쪽에서 실종자들의 소재를 찾고 있지만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