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수도 튀니스 국회의사당 앞에서 24일(현지시간) 오후 수천명의 시위자들이 이슬람 정부의 퇴진을 요구했다. 튀니지에서는 지난 2월과 7월 야당의 유력 인사들이 잇따라 살해된 후 정치적인 혼란이 심화됐다. 튀니지 야권은 정부가 치안 확보와 경제 회복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튀니지 좌파 연합인 대중전선은 각료 위주의 과도정부 구성과 조기선거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반정부 시위에 합류한 한 시민은 "우리는 인내를 갖고 상황을 지켜봤다"며 "그러나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제 당신들이 떠나야 할 차례가 왔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는 수십 명의 야당 인사들도 모습을 나타냈으며 시위자들은 튀니지 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일부 야당 지도자들은 경호원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타났다.
경찰은 시위대를 감시하는 한편 인근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소지품을 검사했으나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최루탄도 발사되지 않았다. 튀니지 노동총연맹이 이슬람 세력과 야당과의 대화를 중재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집권당인 엔나흐다는 과도정부를 구성하는 데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야권은 이슬람 정부가 지연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정부 조직을 해산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중도좌파 알마사르당 소속의 카리마 수이드는 "현 정부를 해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또 자유롭고 공정한 조기 선거를 약속해야만 한다"라고 덧붙였다.
【튀니스=AP/뉴시스】권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