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사무실 동료들과 인사를 나눌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 감탄사가 있다. “오늘 옷이 정말 예쁜데요!”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되는 나의 칭찬에 동료들은 민망해하거나 지겹다는 표정이지만 다채로운 색깔과 무늬로 유명한 아프리카 전통 옷감으로 지은 옷들은 정말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워진다. 2월이 끝나갈 무렵, “그럼 너도 하나 만들러 가자”고 말하는 동료 제르멘의 손에 이끌려 내 인생 최초의 아프리카 의상을 만들기 위해 재단사를 찾았다.
제르멘이 준비한 옷감은 다름 아닌 2011년 3월 8일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옷감이었다. 선명한 연두색 바탕에 규칙적으로 배열된 노란색 꽃무늬, 그 안에 ‘여성의 날’이라고 산발적으로 새겨져 있는 파란색 로고가 묘하게 잘 어울렸다. 디자인 카탈로그를 한참이나 뒤적였지만 결국에는 가장 심플한 원피스 디자인을 골랐다. 매년 여성의 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지정된 옷감으로 지은 옷을 입고 다닌다고 했다. 내가 옷을 지으러 갔을 때는 여성의 날이 아직 열흘 무렵 남은 시점이었는데, 재단사는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정신이 없는 눈치였다.
이곳은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한반도 1.5배 크기의 내륙국가 부르키나파소. 인구 천육백 만 명, 연간 1인 GDP 510달러로 가난하기로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빈국 중 하나다. 이름조차 생소하기 그지없는 나라. 우리나라에서 꽤 주목받은 책, UN 인권위원회 조사관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아, 그 나라!’ 하고 기억을 해낼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장 지글러는 부르키나파소 현직 대통령이자 혁명 동지였던 블레즈 콩파오레에 의해 1987년 암살당한 비운의 혁명가인 전직 대통령 토마스 상카라와의 인연을 소개한 바 있다.
‘아프리카의 체게바라’라고도 불리는 급진적 혁명가 토마스 상카라는 여권 신장을 위해 여아 성기 할례, 일부다처제, 강제 결혼을 불법화하였으며 1985년에는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을 국경일로 지정하였다. 이후 2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성의 날은 어느새 부르키나파소의 모든 국민들에게 너무도 친숙한 날이 되었다.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과 “즐거운 축제 보내시길!” 하고 인사를 나누고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앞으로의 더 큰 진전을 기원하는 덕담을 건넨다. 평소 이성과 데이트를 할 때 남성이 거의 모든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이곳 풍습인데, 직접 돈을 버는 여성들은 이날을 기회 삼아 연인, 남편에게 맛있는 저녁 식사를 대접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살(buy) 권리’를 행사하는 셈이다.
단순히 웃고 즐기는 게 여성의 날의 전부는 아니다. 도시와 시골, 나라 전역에서 활동 중인 수많은 여성단체들, 여성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기념식 및 집회, 토론회를 개최한다. 여성의 날의 주제는 해마다 달라진다. 작년의 경우 문맹 퇴치 교육 증진, 올해는 산모 사망 예방 및 건강관리다. 특히 ‘죽지 말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자’는 홍보 문구는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인 무지와 한국 사회의 무관심으로 스무 살 대학 새내기가 되서야 여성의 날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에게 부르키나파소의 3월 8일은 무척이나 생경한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여성의 날이 국경일이 되었다고 해서 뿌리 깊이 만연한 여성차별이 완벽히 해소된 건 아니다.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서는 아직까지도 강제 결혼이 만연히 이루어지고 남성들은 부인, 딸들을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 경우에는 어김없이 딸들이 먼저 그만두고, 공부를 한다 해도 집안일을 병행해야 한다.
출처; 서울신문
제르멘이 준비한 옷감은 다름 아닌 2011년 3월 8일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옷감이었다. 선명한 연두색 바탕에 규칙적으로 배열된 노란색 꽃무늬, 그 안에 ‘여성의 날’이라고 산발적으로 새겨져 있는 파란색 로고가 묘하게 잘 어울렸다. 디자인 카탈로그를 한참이나 뒤적였지만 결국에는 가장 심플한 원피스 디자인을 골랐다. 매년 여성의 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지정된 옷감으로 지은 옷을 입고 다닌다고 했다. 내가 옷을 지으러 갔을 때는 여성의 날이 아직 열흘 무렵 남은 시점이었는데, 재단사는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정신이 없는 눈치였다.
이곳은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한반도 1.5배 크기의 내륙국가 부르키나파소. 인구 천육백 만 명, 연간 1인 GDP 510달러로 가난하기로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빈국 중 하나다. 이름조차 생소하기 그지없는 나라. 우리나라에서 꽤 주목받은 책, UN 인권위원회 조사관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아, 그 나라!’ 하고 기억을 해낼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장 지글러는 부르키나파소 현직 대통령이자 혁명 동지였던 블레즈 콩파오레에 의해 1987년 암살당한 비운의 혁명가인 전직 대통령 토마스 상카라와의 인연을 소개한 바 있다.
‘아프리카의 체게바라’라고도 불리는 급진적 혁명가 토마스 상카라는 여권 신장을 위해 여아 성기 할례, 일부다처제, 강제 결혼을 불법화하였으며 1985년에는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을 국경일로 지정하였다. 이후 2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성의 날은 어느새 부르키나파소의 모든 국민들에게 너무도 친숙한 날이 되었다.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과 “즐거운 축제 보내시길!” 하고 인사를 나누고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앞으로의 더 큰 진전을 기원하는 덕담을 건넨다. 평소 이성과 데이트를 할 때 남성이 거의 모든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이곳 풍습인데, 직접 돈을 버는 여성들은 이날을 기회 삼아 연인, 남편에게 맛있는 저녁 식사를 대접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살(buy) 권리’를 행사하는 셈이다.
단순히 웃고 즐기는 게 여성의 날의 전부는 아니다. 도시와 시골, 나라 전역에서 활동 중인 수많은 여성단체들, 여성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기념식 및 집회, 토론회를 개최한다. 여성의 날의 주제는 해마다 달라진다. 작년의 경우 문맹 퇴치 교육 증진, 올해는 산모 사망 예방 및 건강관리다. 특히 ‘죽지 말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자’는 홍보 문구는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인 무지와 한국 사회의 무관심으로 스무 살 대학 새내기가 되서야 여성의 날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에게 부르키나파소의 3월 8일은 무척이나 생경한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다.
물론 여성의 날이 국경일이 되었다고 해서 뿌리 깊이 만연한 여성차별이 완벽히 해소된 건 아니다.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서는 아직까지도 강제 결혼이 만연히 이루어지고 남성들은 부인, 딸들을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 경우에는 어김없이 딸들이 먼저 그만두고, 공부를 한다 해도 집안일을 병행해야 한다.
출처;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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