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맹렬 10대’ 연금법 저항 앞장
고교 수백곳 휴업·시위
청년실업 불만 폭발
'제2의 6·8혁명' 점치기도
19일(현지시각) 오후 1시, 프랑스 파리 시내 이탈리아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시위 군중에는 앳되어 보이는 학생 1000여명이 섞여 있었다. 이들이 행진하는 대열 바로 옆에는 함께 파업에 나선 고등학교 교사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학교 문을 닫고 거리에 나선 이들의 목소리는 하나였다. "사르코지는 연금개혁안을 즉각 철회하라"는 것이다.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여섯번째 시위가 200여곳에서 열려 전국적으로 정부 추산 110만여명(노조 추산 350만명)이 거리로 뛰쳐나온 이날, 단연 눈에 띈 존재는 10대 중·후반의 고등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이 68혁명과 2006년 최초고용계약법 반대 시위를 주도한 프랑스에서는 지금 고교생들의 시위 참가가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프랑스 고교생들의 전국조직(UNL)은 지난 18일 전국 고교 4302곳 중 650여곳 학생들이 동맹휴업을 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19일에는 900개교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학교 수백곳의 출입문을 봉쇄했고, 일부 중학생들도 거리로 나서고 있다. 10대의 본격 참여로 시위 양상이 더 격렬해지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말썽쟁이들"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파리와 가까운 몽트뢰유에서는 시위에 나선 16살짜리 고교생이 경찰이 쏜 고무탄에 눈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몽트뢰유 시장은 학생들에 대한 경찰의 폭력 행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정치권은 연금에 가입하지도 않은 고등학생들의 대규모 시위 참여를 두고 논쟁에 빠졌다. 지상파 저녁 뉴스에는 여야 주요 정치인들이 번갈아 출연해 서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여당은 "야당이 고교생들을 선동해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고교생들은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고 표명할 수 있는 나이"라고 반박했다. '제2의 68혁명'과 같은 사회적 격변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특히 정치권은 고교생들의 움직임에 민감해졌다.
시위를 새 국면으로 이끌고 있는 고교생들은 자신들도 연금개혁법안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고교생 쥘리 알라르는 정년이 60살에서 62살로 연장되는 데 대해 "그렇게 오랫동안 일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다"고 < 비비시 > (BBC)에 말했다. 정년 연장으로 새 일자리가 부족해지면 청년실업률이 더 올라간다는 불만도 크다. 플로랑 수비에는 "가뜩이나 취직하기 어려운데, 여당은 더 오래 일할 것을 강요하면서 청년실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위가 전국에서 수백만명이 거리로 나올 정도까지 이른 데는 사르코지 정부의 독단적인 연금개혁 밀어붙이기와 잇따른 정치스캔들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지만, 고교생들의 경우 이를 '자신들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게 큰 이유다.
이런 가운데 집회 뒤에도 남아 차량 방화 등 폭력을 일삼는 이른바 '파괴자들'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무정부주의자들과 도시 변두리를 뜻하는 '방리외'의 소외계층으로 구성된 '파괴자들'은 2005년 파리 교외를 마비시킨 청소년 소요사태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시위 참여자들 중 극소수인 '파괴자들'은 검은 옷에 마스크를 쓰고 기자나 다른 시민에게도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정부와 경찰은 이들의 불법행위를 강조하며 강경 대응의 명분을 찾고 있다.
시위와 파업으로 인한 에너지·교통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20일엔 파리의 오를리 공항의 터미널 두곳 중 한곳으로 가는 길이 시위대에 의해 막혔고, 샤를 드골 공항에선 시위대들이 프랑스 국가를 부르며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뚫으려 시도중이라고 파리 항공통제국이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공항, 석유저장소 등에서 경찰이 해산하면 다시 시위대가 점거하는 '쫓고 쫓기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전했다. 이날 "끝까지 연금개혁안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밝힌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프랑스 경찰특공대는 시위대가 봉쇄하고 있던 석유저장소들을 장악해 석유 공급을 일부 재개시켰다. 학생들은 상원 표결이 예상되는 21일에도 시위를 준비중이다.
(출처:한겨레 신문)
고교 수백곳 휴업·시위
청년실업 불만 폭발
'제2의 6·8혁명' 점치기도
19일(현지시각) 오후 1시, 프랑스 파리 시내 이탈리아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시위 군중에는 앳되어 보이는 학생 1000여명이 섞여 있었다. 이들이 행진하는 대열 바로 옆에는 함께 파업에 나선 고등학교 교사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학교 문을 닫고 거리에 나선 이들의 목소리는 하나였다. "사르코지는 연금개혁안을 즉각 철회하라"는 것이다.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여섯번째 시위가 200여곳에서 열려 전국적으로 정부 추산 110만여명(노조 추산 350만명)이 거리로 뛰쳐나온 이날, 단연 눈에 띈 존재는 10대 중·후반의 고등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이 68혁명과 2006년 최초고용계약법 반대 시위를 주도한 프랑스에서는 지금 고교생들의 시위 참가가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프랑스 고교생들의 전국조직(UNL)은 지난 18일 전국 고교 4302곳 중 650여곳 학생들이 동맹휴업을 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19일에는 900개교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학교 수백곳의 출입문을 봉쇄했고, 일부 중학생들도 거리로 나서고 있다. 10대의 본격 참여로 시위 양상이 더 격렬해지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말썽쟁이들"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파리와 가까운 몽트뢰유에서는 시위에 나선 16살짜리 고교생이 경찰이 쏜 고무탄에 눈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몽트뢰유 시장은 학생들에 대한 경찰의 폭력 행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정치권은 연금에 가입하지도 않은 고등학생들의 대규모 시위 참여를 두고 논쟁에 빠졌다. 지상파 저녁 뉴스에는 여야 주요 정치인들이 번갈아 출연해 서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여당은 "야당이 고교생들을 선동해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고교생들은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고 표명할 수 있는 나이"라고 반박했다. '제2의 68혁명'과 같은 사회적 격변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특히 정치권은 고교생들의 움직임에 민감해졌다.
시위를 새 국면으로 이끌고 있는 고교생들은 자신들도 연금개혁법안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고교생 쥘리 알라르는 정년이 60살에서 62살로 연장되는 데 대해 "그렇게 오랫동안 일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다"고 < 비비시 > (BBC)에 말했다. 정년 연장으로 새 일자리가 부족해지면 청년실업률이 더 올라간다는 불만도 크다. 플로랑 수비에는 "가뜩이나 취직하기 어려운데, 여당은 더 오래 일할 것을 강요하면서 청년실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위가 전국에서 수백만명이 거리로 나올 정도까지 이른 데는 사르코지 정부의 독단적인 연금개혁 밀어붙이기와 잇따른 정치스캔들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지만, 고교생들의 경우 이를 '자신들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게 큰 이유다.
이런 가운데 집회 뒤에도 남아 차량 방화 등 폭력을 일삼는 이른바 '파괴자들'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무정부주의자들과 도시 변두리를 뜻하는 '방리외'의 소외계층으로 구성된 '파괴자들'은 2005년 파리 교외를 마비시킨 청소년 소요사태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시위 참여자들 중 극소수인 '파괴자들'은 검은 옷에 마스크를 쓰고 기자나 다른 시민에게도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정부와 경찰은 이들의 불법행위를 강조하며 강경 대응의 명분을 찾고 있다.
시위와 파업으로 인한 에너지·교통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20일엔 파리의 오를리 공항의 터미널 두곳 중 한곳으로 가는 길이 시위대에 의해 막혔고, 샤를 드골 공항에선 시위대들이 프랑스 국가를 부르며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뚫으려 시도중이라고 파리 항공통제국이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공항, 석유저장소 등에서 경찰이 해산하면 다시 시위대가 점거하는 '쫓고 쫓기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전했다. 이날 "끝까지 연금개혁안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밝힌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프랑스 경찰특공대는 시위대가 봉쇄하고 있던 석유저장소들을 장악해 석유 공급을 일부 재개시켰다. 학생들은 상원 표결이 예상되는 21일에도 시위를 준비중이다.
(출처:한겨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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