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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센강에서 장화를 신다…파리 홍수 현장 르포

선교회본부 2016.06.08 21:08 조회 수 : 1189

[월드리포트] 센강에서 장화를 신다…파리 홍수 현장 르포

배재학 기자  2016.06.08 08:06

 

 열흘 동안 끊임없이 쏟아 붓다 햇살 한번 없이 열흘 가까이 비가 내린 파리. 출퇴근길마다 센강의 수위가 조금씩 오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범람위기까지 가리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많은 비는 아니었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끊임없이 내리는 비에 결국 센강 강변도로가 한두 곳씩 통제되기 시작하고 대형 유람선도 운행을 중지했습니다.

뉴스에서는 제방붕괴등으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파리 남부지역에서 보트로 마을 주민들을 대비시키는 장면이 계속 방영됐습니다.

5월 한달 강수량으로는 150년 만에 가장 많은 양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 루브르와 오르세의 비싼 몸들 피신하다

지난 2일, 센강의 수위가 5미터를 넘어서자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이 바빠졌습니다.

홍수 대비 매뉴얼이 가동된 건데, 센강의 수위가 5.5미터 이상 높아지면 침수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있는 작품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합니다.

루브르 박품관은 다음날 휴관을 선언하고 지하 소장 예술작품 25만여 점을 지상으로 옮겼습니다.

매뉴얼에 따르면 루브르박물관은 72시간 내에, 오르세미술관은 96시간 내에 작품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도록 돼 있다고 합니다.

8일쯤 다시 문을 열 예정인데, 그 많은 그 비싼 그 귀한 작품들을 위로 옮겼다가 다시 제자리로. 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을까요.

● 센강 범람에서 정말 빠른(?) 프랑스를 보다 날은 갤 줄 모르고, 줄기는 약해 졌지만 비가 계속되면서 3일에는 수위가 6미터를 넘어섰습니다.

홍수경보 2단계인 오렌지 경보가 발령됐고, 파리시는 수위에 따른 대응 매뉴얼을 내놓으면서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점점 차 오르는 누른 강물을 보면서 "이러다 정말 범람하면 어떻게 되지?"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사는 곳도 센강 강변인데, 아파트로 가는 길을 아예 막고 범람에 대비한 방벽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낮은 지역 도로에 마치 군사지역 철책 같은 쇠로 된 바리케이트를 쌓고 틈을 메우고, 또 그 위에 천을 씌우는 꼼꼼한 작업이 계속됐습니다.

프랑스를 경험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모든 것이 상황에 따라 다르고, 행정절차는 정말 숨이 막히도록 느린데 이번 홍수에 기민한 대응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82년 이후 최고의 수위를 기록하면서 모든 강변도로가 폐쇄됐고, 7미터에 이르면 지대가 낮은 지하철(전체의 40%정도) 운행이 중단될 예정이어서 말 그대로 파리는 마비 사태를 맞기 일보 직전까지 이르렀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다는 말까지 나왔으니까요.

그래도 다행히 4일 오후부터 8일만에 센강의 수위가 내려 가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온 지 열흘 만에 햇살도 비치면서 누른 황톳물에 감춰졌던 길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파리시는 유람선 운행과 같은 완전 정상화는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루브르와 오르세, 그랑 팔레 등 강변에 위치한 크고 작은 박물관들은 다시 문을 열고 있습니다.

● 센강에서 장화를 신다 제가 특파원으로 파리에 온 지 한달.

오자마자 노동법 개정안을 둘러싼 크고 작은 시위가 계속되고 있었는데,급기야 시위대가 경찰차에 불을 지를만큼 과격양상으로 치달았습니다.

이어 프랑스 최대 노동조합이 주유소로 가는 정유차량을 막으면서, 파리는 전대미문의 주유난에 빠져 들었습니다.

그리고 6월 2일 노조가 지하철과 버스 등 공공부문 파업을 선언했는데, 갑자기 찾아 온 센강 범람이 이 파업을 잠시 잠재웠다고 해야 하나요, 하여튼 파업은 잠시 미뤄졌습니다.

이렇게 시위현장, 주유난 현장을 거쳐 이번에는 장화를 신고 센강으로 향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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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614171&plink=ORI&cooper=DAUM&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